알코올

[전통주] 2020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15종 시음 후기

악어. 2020. 11. 29. 11:58

2020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시음회에 다녀왔다. 시음회에서는 수상작 15개를 시음할 수 시음 키트와 푸드페어링 안주가 무료로 제공되었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진행되는데, 나는 3시 40분쯤 도착해서 다 맛보기에는 시간이 조금 부족했다. 탁주는 냉장보관이 필수이기 때문에 시음회 장소에서 먼저 맛보고, 실온보관이 가능한 일부 주류는 남겨서 가져왔다.  

 

 

1. 탁주 부문 - 대대포 / 배꽃필무렵 / 지란지교

대대포

제조사: 죽향도가 

특징: 담양산 친환경 쌀, 토종 벌꿀 사용

감상평:

살짝 달짝지근한 맛이긴한데 향은 평범하다. 향과 맛을 놓고 비교하면 향에 비해서는 드라이한 맛이다. 향만큼 달다는 느낌은 없다.

뭔가 아스파탐이 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찾아보니 아스파탐은 아니고, 스테비아 배당체가 들어갔다. 

벌꿀 풍미는 솔직히 느끼기 힘들었고, 셀링 포인트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다만 생막걸리의 경우 보관 컨디션, 숙성기간에 따라 풍미가 천차만별이라 단순히 한번 먹어보고 평가를 단정적으로 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이번에 처음 먹어본 경험만으로만 판단하자면 특별한 개성을 느낄 수 없는 평범한 막걸리였다. 장수 생 막걸리보다 조금 더 맛있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그 뿐이었다. 

 

배꽃필무렵

제조사: 예술

특징: 이화주, 잣잎 사용

감상평:

요거트같은 질감. 잣이 들어간 건 아니고 잣잎이 들어갔다는데 잣 풍미가 입천장 가득 찬다. 도수는 9도지만 부드러운 질감과 새콤달콤한 맛에 가려져 전혀 모르고 있다가, 한참 먹고 나서야 취기가 훅 올라오는 느낌이다. 굉장히 재밌는 술이었다. 조그만 스푼으로 떠먹는 것도 재미있다.

 

지란지교

제조사: 친구들의술 지란지교

특징: 첨가물 없이 쌀, 물, 누룩만 사용

감상평:

시큼한 과일냄새가 났다. 식초같이 쏘는 신냄새는 아니었다. 캠벨 포도향이 아주 살짝 느껴졌고, 입에 머금었을 때는 부드러운 신맛이 났다.

잔을 가볍게 흔들었을 때 느낌을 보면 굉장히 묵직하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리미할 것 같은데 그렇진 않고, 생각보다는 가벼운 크리미함이 느껴졌다. 은은한 단맛은 좋은데 알콜기운이 생각보다 빨리 치고 올라오고 끝맛이 약간 텁텁한 것이 아쉬웠다. (도수가 13도이긴 하다.)

 

2. 약주, 청주 부문 - 천비향 / 천년담주 / 순향주

천비향

제조사: 좋은술 

특징: 첨가물 없음, 오양주

감상평:

새콤 향긋한 향이 약하게 난다. 향을 더 자세히 맡고 싶어서 살짝 흔들어보았지만 여전히 향은 약했다. 천년담주, 순향주보다 1도 높은 16도인데 뭔가 걸쭉한 느낌. 천년담주, 순향주와 비교했을 때 뒷맛에서 알콜 기운이 거의 안 느껴졌다. 이게 대상의 위엄인가. 달달하고 깔끔한 맛이 좋았고, 혀에서 굴려보면 생각보다 더 달았다. 한산소곡주 만큼이나 달진 않아도 충분히 달다. 천년담주보다 더 단맛이 강해서, 벌꿀도 오양주를 이길 수는 없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년담주

제조사: 죽향도가

특징: 쌀, 벌꿀 사용

감상평:

희미하지만 살짝 단 향이 난다. 살짝 흔들어서 맡으니 두툼한 곡물향이 도드라졌다. 양하대곡 뒷맛같은 느낌이었다. 꿀향은 느끼기 힘들었다. 

단맛이 충분히 날 거라 예상했는데 단맛보다는 도리어 신맛이 적잖이 느껴졌다. 사실 미드도 여러 종류가 있고 꿀을 얼마나 넣는지, 얼마나 발효시키는지에 따라 당도가 천차만별이겠지만 어찌되었든 소비자 입장에서는 재료에 벌꿀이 강조가 되어 있으면 단맛을 기대하기 마련이라 생각한다. 어떤 부분이 매력인지 조금 파악하기 어려운 술이었다. 

 

순향주

제조사: 추연당

특징: 첨가물 없음, 오양주

감상평:

향은 약하고, 평범한 청주 향. 맛이 어디 도드라지는 부분 없이 굉장히 무난해서 놀랐다. 적당히 달고, 깔끔하고, 아주 약간 신 뒷맛. 생수로 치면 삼다수같은 느낌. 삼다수만 마실 때는 삼다수가 맛있는 줄 모르다가, 다른 이상한 맛이 나는 생수를 먹어보고 나서야 "아 삼다수가 참 맛있는 생수였구나~"하는 것처럼. 밸런스가 굉장히 잘 잡혀 있어서, 도리어 재미는 없었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어보면 어느 한 대목에서 신맛이 치고 나온다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약한 강도의 신맛이 쭉 밀고 나가는 느낌이었다. 도수는 15도인데, 적당하게 느껴졌다. 

 

3. 과실주 부문 - 컨츄리캠벨스위트 / 샤토미소 로제스위트 / 그랑꼬또 청수 화이트와인12

컨츄리캠벨스위트

제조사: 컨츄리농원

특징: 산화방지제(아황산, 소브산) 무첨가, 캠벨포도 사용

감상평:

샤토미소 로제스위트보다 조금 더 차분한 향. 살짝 연한 포도쨈을 먹는 듯한 느낌이다. 뒷맛 또한 달다. 

 

샤토미소 로제스위트

제조사: 도란원

특징: 캠벨포도 사용

감상평:

먹는 순간 "아 이게 캠벨이지" 소리가 절로 나온다. 포도쨈같은 느낌. 끝맛은 약간 딸기맛 감기약 같다. 뒤에 쓴맛이 튀는 게 조금 아쉽다. 

 

그랑꼬또 청수 화이트와인 12

제조사: 그린영농조합법인

특징: 청수포도(안산 생산) 사용

감상평:

약간 떫은 화이트와인 냄새. 첫맛/처음 향과 끝맛이 되게 달짝지근한데 중간이 너무 드라이해서 놀랐다. 

그래프로 치면 대략 아래같은 느낌.

4. 증류주 부문 - 모월 인 / 두레앙일반증류주 / 유기농이도 32

모월 인

제조사: 모월 

특징: 첨가물 없음, 쌀, 물, 밀누룩 사용

감상평:

평범한 누룩향과 무난한 곡물향. 유달리 부드럽다거나, 유달리 향긋하다거나 뭔가 특징이 있을 것 같았는데 뭔가 딱 꽂히는 특징이 없어서 어려웠다. 도수는 41도. 알콜 기운은 도수만큼 느껴진다.  

 

두레앙일반증류주

제조사: 두레양조

특징: 거봉포도(천안 생산) 사용

감상평:

뭔가 딱 꼬집어 표현할 수는 없으나 어떤 신선하고 향긋한, 과일같은 것의 냄새가 났다. 살짝 향이 부족한 진 같기도 했다. 기왕 이런 향긋한 향을 풍길 거라면 가향홍차처럼 아주 제대로 풍겨줬으면 미련이 없었을 것 같다. 모월 인과 유기농이도 대비 향긋한 향이 도드라졌다. 맛은 일견 순한 것 같지만 35도이기도 하고 알콜 기운이 없지는 않다. 

 

유기농이도 32

제조사: 조은술세종

특징: 유기농 햅쌀 사용

감상평:

안주로 참기름을 쓴 주먹밥이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주먹밥 향에 가려서 술 자체의 향을 느끼기가 조금 힘들었다. 향이 약한 듯 하다. 알콜기운이 32도 치고 꽤나 강하게 느껴져서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무난해서 술 자체의 개성을 찾기가 힘들었다.  

 

5. 기타주류 부문 - 허니문 / 두레앙브랜디 / 구기홍주360

허니문

제조사: 아이비영농조합

특징: 벌꿀(국내산, 38.21%) 사용. 

감상평:

새콤한 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꿀이 들어갔다는 게 아주 잘 느껴졌다. 새콤하고 복잡한 단맛. 화분(꽃가루) 맛이 난다. 화분을 먹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아! 이거 완전 꽃가루 맛이야!" 하고 생각할 것 같은 그런 맛이다. 새콤한 향과 굉장히 개성있는 단맛이 잘 어울렸다. 도수는 10도인데 체감은 잘 되지 않았고 훨씬 낮게 느껴졌다.  

 

두레앙브랜디

제조사: 두레양조

특징: 거봉포도(천안 생산) 사용

감상평:

오크향 술. 사실 왜 굳이 오크통에서 숙성시켰는지 잘 모르겠다. 아주 정직한 오크향 술이다. 거봉포도를 재료로 썼다는 점이 재미있지만 입에 머금으면 머리와 입안에 남는 건 오크향 밖에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구기홍주 360

제조사: 아리랑주조

특징: 쌀, 구기자(청양 생산) 사용

감상평:

아주 잠깐 지나가는 감기용 한약 냄새. 구기자가 들어가서 냄새가 독특한 듯 하다. 약하고 부드러운 단맛과 약간의 산미가 느껴지다가 후반부에 한약재 향이 몰려온다. 14도 치고는 알콜 기운이 많이 느껴진다. 호떡 소에서 맡을 수 있는 계피 냄새가 난다. 바디감은 가벼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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