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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악어의 탁주파티 (1) - 별산 / 유자 막걸리 / 호땅 / 향수 후기

악어. 2020. 7. 6. 22:13

악어의 탁주파티

막걸리 8종을 마셔보는 모임을 만들었다.

 

장마철이 시작되어 비가 오는 날이 많아지니 막걸리와 전을 먹기에 딱 좋은 시기란 생각이 들었다.

8종의 다양한 막걸리를 마셔보는 탁주파티를 열었다. 

 

가볍고 달달한 것 3종(펀치 쌀바나나, 호땅, 유자 막걸리),

어느 정도 무게감과 개성이 있는 것 5종(향수, 별산, 우곡생주, 나루 생막걸리, 복순도가 손막걸리)으로 골랐다.

 

직접 구상해서 소량인쇄한 시음지! 다들 반응이 좋아서 기분좋았다 ~~

총 8종의 시음지를 만들어서 소량 인쇄했다. 

"첫인상" 항목에서 색상, 향, 점성을 선택지를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적게 했다. 

특히 향의 경우 선택지를 주면, 주어진 선택지 중에서만 고르게 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맛 그래프"에는 단맛, 신맛, 바디감, 여운 4가지 항목을 넣었다. (다음에는 탄산감 항목을 한번 넣어볼까 싶다.)

사람들한테 시음지가 있다는 이야기는 일부러 사전에 하지 않았다.

다들 재밌어해서 기분이 좋았다. 

 

 

1. 별산 막걸리

- 6.5도 / 양주도가

- 양주도가는 경기도 양주시의 소규모 신생 양조장이다. 

- 2019년 9월 첫 제품으로 "별산"을 내놓았는데, 2020 대한민국 주류대상(우리술 일반부문)을 받았다.

 

별산은 특별한 신맛이란 뜻이라고 한다. 보통 막걸리가 식초가 되었다는 건 술이 못 먹게 되었다는 건데, 별산은 특이하게도 막걸리를 만들 때 식초균을 넣어서 만든 제품이다. 

 

처음 향을 맡았을 때 식초 냄새가 났다. 우유처럼 아주 부드러운데 명백한 홍초 느낌이 살짝 나서 재밌었다.

마시면서는 청포도, 풋사과 같은 향이 난다. 목넘김이 아주 깔끔하고 좋았다. 

제조한지 약 8일이 지난 시점의 것을 마셨는데, 생각만큼 과일 풍미는 강하지 않았다.

역시 3주차나 4주차쯤 되어야 풍미가 더 깊어지는 듯 하다. 

산미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는데, "상을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싶은 맛이었다.

 

2. 유자막걸리

- 6도 / 청정영농조합법인(고흥 유자향주를 생산하는 풍양주조의 조합법인)

- 국내 최초 유자 첨가 막걸리 제조 방법 특허 출원

 

약한 유자향이 났다. 잔에 담으니 밝은 아이보리 색에 흰색 조각(껍질 안쪽 흰 부분으로 추정)이 떠 있어서 조금 놀랐다.

향이 약해서 맛도 약할까 싶었는데, 유자향을 잘 재현한 맛이었다. 부드러운 탄산감과 유자향이 잘 어울렸다.

시트러스한 과일들이 대체적으로 풍미를 살리기 쉽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 아쉬운 맛이었다. 

 

3. 향수

- 9도 / 이원양조장

- 약 90년 역사의 충북 옥천 소재 양조장 

 

4대째 전통 막걸리를 제작하고 있는 충북이원양조장의 우리밀 100% 막걸리. 아스파탐 무첨가다. 

이름이 특이한데, 충북 옥천에 시인 정지용의 생가가 있어 거기서 따 왔다고 한다.  

 

보통 접하는 건 쌀막걸리여서 호기심이 돌았다. 

외관은 마치 땅콩색 요거트같았다. 어두운 베이지 색에 점성이 매우 강했다.

처음에는 점성만 보고 이화주를 연상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걸쭉했다.

한 모금이라 해야할지, 한 입이라 해야할지 애매한데 여튼 머금으면 묵직하게 입안을 꽉 채우는 와중에

강렬한 탄산감과 신맛이 혀를 때린다. 강력한 산미의 막걸리 요거트? 목넘김이 버거울 정도였다. 

+

따고 나서 남은 걸 다음 날 저녁에 먹어봤는데, 딸기 요거트같은 뉘앙스가 느껴졌고 몹시 맛있었다.

막걸리도 디캔팅을 하나?

 

 

4. 호땅

- 6도 / 배혜정도가

- 1998년 설립된 경기도 화성 소재 양조장

 

막걸리 고급화의 선두주자인 배혜정도가 제품. 정확한 출시일은 찾기 힘든데 배혜정도가 홈페이지에 "신상"태그가 달려있는 걸 보니 최소한 올해 출시한 제품으로 추측된다. 배혜정도가 제품이라 기대를 많이 했다.

 

고소하고 달콤한 밤향이 났다. 입에 넣으니 뜬금없이 커피향이 났다. 정확히는 스카치캔디 향, 레쓰비 같은 향, 인스턴트커피 향.

분명이 호두와 땅콩에서 한 글자씩 따서 호땅이라고 지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황스러웠다. 

우도 땅콩 막걸리 같은 느낌을 기대했는데, 예상치 못한 커피향의 향연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호두 풍미는 느낄 수 없었다. 이건 막걸리 이름을 잘못 지은 것 같다. "커피땅콩 막걸리" 정도가 좋지 않았을까. 

 

 

나머지 4종은 2편에서 마저 적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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